Charles Cooper (CNET News.com)
2003/03/17
실리콘 밸리는 지금 연례적인 기념시즌이다. 매년 3월 10일이 되면 샌프란시스코 지역 언론들은 그때와 지금이라는 케케묵은 기사에서 3년전 인터넷 열풍에 대한 이야기를 들먹이고 있다. 사실 컴퓨터 산업계는 물론 이 지역 주민은 매년 이날을 기억하고 기념하지 않는다.
1999년 이후 거의 5000개의 인터넷 기업이 합병되거나 사라졌다. 또한 ‘묻지마 투자’가 절정에 달했던 IT업계는 아직도 닷컴 몰락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다. 또 다른 연례 기념행사가 다가오고 있다. 다음 달이면 넷스케이프로 이어진 모자이크 웹 브라우저가 만들어진 지 10년이 되는 것이다.
넷스케이프는 거대한 AOL 타임워너 제국에서 쓸쓸한 문지기 노릇을 하며 연명하고 있다. 마치 예전 몰락한 일족들이 러시아 이르쿠츠크(Irkutsk)로 유배당했던 것처럼 말이다. 참고로 AOL PR 부서에게 당부한다. 더 이상 필자에게 ‘당신이 틀렸으며 AOL의 미래에 있어서 넷스케이프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전화로 설득하려고 하지 말기 바란다. 필자는 AOL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사실 넷스케이프가 완벽하게 몰락했다는 것에 대해 비평가들이 더 이상 씹지 않는 것은, 그보다 CEO들이 실수한 것들을 비판하는 것이 훨씬 더 재미있기 때문이다.
굳이 여러분이 기술왕국에서 한때 가장 잘 나가던 넷스케이프의 몰락에 안타까워할 필요는 없다. 필자는 넷스케이프가 MS에 당하고 결국 AOL에 합병됐던 유명한 역사적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 싶진 않다. 하지만 과연 MS와의 브라우저 전쟁에서 넷스케이프가 이겼거나 최소한 지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필자의 소견을 말해보겠다.
윈도우 드디어 몰락
데스크톱을 윈도우가 완전히 지배하는 시점이 눈앞에 닥쳤기 때문에 MS는 넷스케이프를 찍어내야 했다. 만일 넷스케이프가 인터넷 브라우저에서 인기있는 미들웨어 플랫폼으로 성공적인 변신을 했다면 독점 컴퓨터 운영체제의 필요성은 점점 사라지고 빌게이츠는 제 2의 크리스 한셋(역자 주 : 인터넷 포인트 서비스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으나 인터넷 투자열기가 식으면서 몰락한 프라이스포인트의 창업주)이 됐을 것이다. 크리스 한셋이 누구인지 기억하는가? 기억이 안나는 것이 당연하다. 그것이 바로 필자가 말하려는 요점이다.
정말 멋진 브라우저 탄생
현재의 브라우저 기술이 특별히 형편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 기술이란 것이 1999년쯤에 머물러 있긴 하지만 말이다. 물론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있어서 인터넷 브라우저 디자인이 더 이상 흥미를 끌지 못한 것도 수년 전부터이다. 이는 MS가 더 이상 혁신을 할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만약 MS가 아직 넷스케이프의 뒤를 쫓고 있다면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훨씬 좋은 제품이 됐을 것이다. 경쟁의 산물은 이런 것이다. 고작 ‘앞으로’, ‘뒤로’ 버튼이 인터넷 브라우저 인터페이스 설계의 마지막을 장식한다면 우리는 엄청 안타까워해야 할 일이다.
신흥 기술전문가 집단의 부상
실리콘 밸리의 세력에는 짐 클라크, 짐 박스데일, 마크 앤드리슨도 포함됐을 것이다. 최소한 이들은 기술적 논쟁거리에 관련은 있었을 것이다. 이들은 15분간의 명예를 누렸지만 우리는 다시 빌게이츠가 한 말의 마지막 단어를 열심히 적는 일을 시작했다. 필자가 1985년 기술업계에 대한 취재를 시작할 때와 상황은 똑같다. 권력변동은 없었다.
PC의 종말
브라우저에서 동작하는 애플리케이션들은 크기가 더 작고 윈텔 디자인에 얽매일 필요성이 사라졌을 것이다. 이것이 반드시 우리가 상상하는 PC의 종말 모습은 아니라고 해도 적어도 넷스케이프 중심의 세계는 집 전화에서 인터넷을 검색하는 등 새로운 기기들과 애플리케이션의 등장을 위한 길을 열었을 것이다. 최소한 오픈소스 운동은 지금보다 훨씬 더 일찍 확고한 발판을 구축했을 것이다.
독자들 가운데는 필자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우리는 ‘만일’, ‘그렇지 않았다면’, ‘이랬다면 어땠을까?’를 주제로 토론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넷스케이프가 영향력이 거의 없어질 정도로 몰락한 것은 IT업계에 있어서 그리 좋은 사건은 아니다. 이제 독자 여러분의 차례이다. 독자 여러분은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토크백에 의견을 달아주기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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